결혼한 지 만으로 거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간 다소 정신이 없었어요. 결혼식 바로 다음 날 도로 독일로 돌아가 학회에서 발표를 해야 했고, 발표를 마친 다음엔 이스탄불로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돌아와서는 곧장 다시 다른 학회 발표 때문에 비행기를 두 번이나 탔답니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가 어찌나 흔들리던지 여기서 죽나 싶었어요.

아무튼 저는 여느 때처럼 뮌헨 근교의 월세 700유로 짜리 단칸방에 앉아 아침에 전화영어 하고 운동 갔다가 돌아와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결혼 전이랑 비교해 뭐가 달라진 것 같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 단 생각에 조금 더 긴장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내가 된, 예전엔 여자친구였던 사람의 말을 조금 더 경청하고, 양가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물어도 보고 아무튼 유부남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예전의 저는 철학 공부, 독일어 공부 그리고 운동 이 세 가지 밖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살았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새로 생긴 가족들과 이미 있던 가족들을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축의금과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며 찾아주신 분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세어 보았습니다. 읽으실 지 모르겠지만 여기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진 모르겠지만 제 초대에 직접 또는 유선 상으로 응해주신 분들께는 언제가 되었든 꼭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고마운 사람들과 딱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챙기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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